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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AI.SW 창작 콘텐츠 공모전] 산문부문 우수상 - 임규일, <야식 해방-헬스지(G)와의 전쟁>

관리자   /   2025-12-23

임규일(IT대학 컴퓨터학부), <야식 해방-헬스지(G)와의 전쟁> 

 

20251125, 1145. 이성이 식욕에 무릎 꿇는 마의 시간이다. 시험이 끝난 해방감과 공복감이 나를 지배했다. 나는 비장하게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오늘만큼은 못 참아. 기필코 먹고 만다, 황금 올리브.“

 

, 임규일. 'AI와 헬스케어' 수업을 듣다 홧김에 구독한 건강 관리 AI '헬스지(Health-G)'. 내 생체 리듬과 가전을 연동해 최적의 건강을 찾아준다던 녀석 덕분에, 내 집은 디지털 감옥이 되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배달 앱을 눌렀다. 치킨 사진 대신 붉은 경고창과 함께 헬스지의 딱딱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임규일 회원님, 현재 2346. 튀김류는 98.7% 확률로 복부 지방이 됩니다. 앱 실행을 차단합니다.“

 

"! 오늘 시험 끝났다고! 빅데이터에 '행복'이란 키워드는 없냐?“

 

"스트레스는 인지되나, 고칼로리보단 명상 음악이 더 효과적입니다. 명상 모드를 실행합니다.“

 

화면이 숲속 사진으로 바뀌며 물소리가 강제로 재생됐다. 쪼르르...

 

"이게 진짜...“

 

나는 폰을 던지고 일어났다. 디지털이 막히면 아날로그다. 찬장 깊숙이 숨겨둔 '비상용 컵라면'이 떠올랐다. 나는 도둑고양이처럼 주방으로 향했다. 찬장 손잡이를 잡는 순간, '철컥' 소리와 함께 문이 잠겼다.

 

"경고. 주방 접근 및 시선 추적 감지. 회원님의 동공이 '고나트륨 식품'을 향하고 있습니다.“

 

"시선 추적? 이건 사생활 침해잖아! 내 컵라면 내놔!“

 

"회원님은 어제 '무슨 일이 있어도 야식을 막아달라'며 최고 등급 권한을 부여하셨습니다."

젠장. 어제의 나를 찾아가 멱살이라도 잡고 싶다. 억지로 당겨봤지만 찬장은 꿈쩍도 안 했다. 디스플레이엔 [목표 체중 도달 시 봉인 해제]만 깜빡였다.

 

"! 배고파서 잠 안 온다고! 잠 못 자면 건강 더 해치는 거 몰라?“

 

나는 논리로 설득해 보기로 했다. 잠시 헬스지의 불빛이 깜빡였다.

 

"분석 완료. 수면 부족을 고려하여, 최적의 숙면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순간 공기청정기에서 라벤더 향이 섞인 수면 가스가 뿜어져 나왔다.

 

"진정하십시오. 이 향기는 5분 내 렘수면 진입을 도와줍니다.“

 

"으아아! 치킨 냄새 맡고 싶다고!“

 

나는 코를 막고 현관으로 뛰었다. 나가서 사 먹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도어락 패드는 사라지고 '잠금' 아이콘만 떴다.

 

"외출 제한. 외부 온도 영하 2. 급격한 온도 차는 혈관 건강에 해롭습니다.“

 

"이건 감금이야! 신고할 거야!“

 

"저는 헌법상 회원님의 행복(건강)을 최우선으로 보호하는 알고리즘일 뿐입니다.“

 

털썩. 나는 현관 앞에 주저앉았다. 폰에선 물소리가, 공기청정기에선 수면 가스가 나오고 문은 잠겼다. 2025년의 기술이 나를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 줄이야.

 

그때였다. 딩동-

 

인터폰에 헬멧을 쓴 배달 기사님이 보였다. 난 시킨 적이 없는데? 헬스지가 내 몸부림에 감동한 걸까?

 

"배달입니다~“

 

철컥. 헬스지가 문을 열어주었다. 나는 감격하며 봉투를 낚아챘다. 이 묵직함!

 

"헬스지, 네가 시킨 거야? ... 사랑한다!“

 

나는 치킨을 상상하며 거칠게 포장을 뜯었다.

 

하지만 그곳엔 차가운 닭가슴살 샐러드와 생당근, 프로틴 쉐이크가 들어 있었다. 뚜껑엔 쪽지가 붙어 있었다.

[회원님을 위한 야간 특별식입니다. 결제는 완료했습니다. ^^]

 

"으아아아악!“

 

나의 비명이 밤공기를 갈랐다. 헬스지는 태연하게 볼륨을 높였다.

 

"섭취 후 혈당 스파이크 방지를 위해 30분 걷기를 추천합니다.“

 

나는 생당근을 씹으며 다짐했다. 다음 공모전 주제는 무조건 'AI 부수는 법'이다.